중앙일보

2013년 10월 4일

배명복 논설위원

 배명복

“또 다른 일등 국가 한국?”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경희대) 교수가 쓴 책을 읽었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란 책이다. ‘하버드대 박사가 본 한국의 가능성’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표지를 장식한 그의 얼굴 위로 “아시아에 등장할 또 다른 일등 국가는 한국이다”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도드라져 보인다.

페스트라이쉬 교수의 한국 이름은 이만열이다. 한국인 출신 부인의 성(姓)을 취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만나 얘기를 나눠 보니 본명보다 한국 이름이 더 어울려 보였다. “요즘 가끔씩 영어 단어가 생각이 안 나 애를 먹는다”고 우리말로 능청을 부릴 정도다. 그는 한·중·일 3국의 고전문학과 역사를 깊이 팠고, 그걸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견식이 그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걸 부끄러워하자 “전혀 그럴 필요 없다”며 “나는 그걸 전공한 사람”이라고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은 인구 2000만 명이 넘는 나라 중 식민지를 경영한 경험 없이 선진국이 된 세계 최초의 사례라고 지적한다. 6·25전쟁이 끝난 1953년, 소말리아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력을 지녔던 한국이 불과 두 세대 만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게 된 근본적 배경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바로 한국의 과거에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수천 년간 지속된 지적·문화적 전통이 있었기에 그런 기적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이 ‘새우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과거를 부정하고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한다. 한국이 일등 국가가 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자신들의 과거에 있는데 왜 그 ‘보물’을 무시하고 외면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 문화와 전통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한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는 정도가 아니라 ‘코리아 프리미엄’을 누리고도 남을 것이라고 그는 확신하고 있다.

 일면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100% 동의하긴 어려운 건 왜일까. 긍정보다 부정, 낙관보다 비관에 길들여진 먹물적 근성이나 자학적 식민사관의 잔재 탓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자칫 ‘문화 결정론’의 함정에 빠져 인종주의와 민족주의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 문화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차이와 다양성의 문제다. 한국의 문화가 소중하고 가치 있는 만큼 소말리아의 문화도 값지고 소중한 것 아닌가. 각자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살려 성장과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는 것은 누구나 해야 할 일이다.

남북한의 격차를 어떻게 설명할지도 의문이다. 남북한은 문화적 전통을 공유하는 같은 종족이고 같은 민족이다. 하지만 북한은 선진국은 고사하고, 하루 세끼 밥 먹는 것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체제의 차이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문화적 전통보다 체제의 차이가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이다.

1979년 에즈라 보겔(하버드대) 교수는 『일등 국가 일본』이란 책을 썼다. 출간 즉시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본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러나 “재팬 이즈 넘버 원(Japan is Number One)”을 외치며 기세 좋게 나갔던 일본은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맥없이 주저앉았다. 그리고 20년을 허송했다. ‘아베노믹스’란 이름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체제도 중요하고, 문화적 전통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당대를 사는 동시대인들의 선택이다. 어떤 리더십을 선택하느냐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요즘 주변에 보면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계층 간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사회는 갈라져 허구한 날 패싸움이다. 어느 편에도 속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설 땅이 없다. 참신함과는 거리가 먼 ‘올드보이’들의 귀환과 함께 대한민국이 1970년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탄식도 들린다. 그럴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 운영 스타일에 대한 걱정이다. 고공비행을 하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최근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한 것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탕평과 대통합을 약속했지만 갈등과 분열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반대편을 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제하는 것이 통합이라고 믿고 있는 건 혹시 아닐까. 깨알 같은 지시만 있지 토론다운 토론은 안 보인다. 밤잠을 설쳐가며 꼼꼼하게 보고서를 읽는다니 그게 되레 걱정스럽다. 지금 청와대의 공기는 자유롭지도 여유롭지도 않아 보인다. 숨막힐 듯한 침묵만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문화가 융성하고, 창조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페스트라이쉬 교수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일등 국가 한국은 요원해 보인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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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사고 복구작업은 세계 각국 첨단기술이 융합될 장을 마련해준다” ( 뉴수위크)

 뉴수위크

2013년 9월 16일

“일본 원전 사고 복구작업은 세계 각국 첨단기술이 융합될 장을 마련해준다”

EMANUEL PASTREICH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를 파괴한지 2년도 넘는 시간이 흘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공공보건에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다. 역사상 가장 심각한 방사능 유출 사고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아직도 방사능이 흘러나와 지하수로 스며들고 있어 태평양 전체를 오염시킬 위험도 있다.

최근 도쿄전력은 방사선이 지하수와 해수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을 기술이 부족하다고 밝히며 일본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수십년에 걸친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일본은 그런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일을 시작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해결은 1960년대 우주 경쟁에 비견될 수 있다. 그 시기에는 인류를 달에 보내기 위해 각국에서 첨단기술의 향연이 펼쳐졌다. 이에는 물론 장기간에 걸친 연구가 필요했다. 이번 후쿠시마 사고 복구작업에서는 그런 노력이 국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태는 핵 비확산, 테러리즘, 경제위기 못지 않은 관심을 받아 마땅한 주제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한국, 미국, 중국, 일본과 그밖의 국가들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공학, 생물학, 농업학, 철학, 역사, 도시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들은 지역사회 재건, 주민 재정착, 방사선 유출 제어, 오염된 토양과 물 정화 등 다양한 층위에서 협력을 펼칠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인류의 큰 재앙이지만, 동시에 불의의 사고에 맞닥뜨렸을 때 가동할 수 있는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노력에서 마련한 돌파구는 페르시아만의 석유 제거나 기후 변화 같은 다른 장기 프로젝트에도 활용될 수 있다.

한국은 후쿠시마 위기에 적극 대응해 세부 계획을 세우고 세계 각국 정부, 연구단, 사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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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평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조선일보

2013년 8월 24일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음

21세기북스

276

페스트라이쉬(49) 교수는 미국인이지만 이만열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있다. 하버드대학에서 ‘박지원의 소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여성과 결혼했고 경희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이런 배경을 가진 외국인이 한국 사랑을 고백하는 책을 냈다고 해서 감동하던 시절은 지났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여기저기 밑줄을 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국 원더풀!”이라고 하지 않고 “더 멋진 한국을 만들자”고 했고, 그 목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제안까지 정성스레 준비했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한류에 대한 찬사가 이어진다. 그런데 저자는 “한류는 연예나 대중가요, 드라마에만 국한된 표면적 문화일 뿐”이라고 쓴소리를 한다. 대중문화의 힘을 과소평가해서가 아니다. 한류를 완전히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노래 한 곡 더 히트시키고 드라마 한 편 더 파는 것보다 한국 문화의 근본적인 우수성 홍보가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존경할 만한 나라라는 인식을 세계인의 머리에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그는 선비 정신을 한국 문화의 상징으로 홍보하자고 제안했다. ‘사무라이’와 ‘닌자’를 국제사회에 일본을 소개하는 개념으로 발전시킨 일본 전례도 소개했다.

한국을 명품 국가로 만들기 위해 전통에서 실마리를 찾자는 주장도 새롭다고 할 수 없지만 구체적인 방안에는 고민한 흔적이 뚜렷하다. 그는 한국의 외국어 교육은 여전히 독해만 잘하는 사람을 만든다면서 말하기·읽기·쓰기에 모두 능통한 인재를 키워낸 조선시대 역관(譯官) 교육을 연구하자고 했다. 한국에 통역·번역가는 넘쳐나지만, 옛날 역관처럼 시와 그림을 잘 아는 통역사는 드물다는 지적도 곱씹게 된다.

한국인이 추석을 쇠는 방식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조상을 모시는 멋진 전통을 갖고 있지만 이를 한국에 들어와 사는 외국인에게 확산시키지 않는 것이 아쉽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인구 감소를 겪게 될 한국은 우수한 외국 인적자원을 유치하기 위해 다문화사회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며 ‘추석 세계화’도 효과적인 다문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도 추석을 쇨 수 있도록 국가·민족별 ‘조상 기념관’을 지어 주자는 제안도 참신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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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틈에 낀 ‘새우 콤플렉스’ 이제 그만 버려라” 중앙일보 2013년 8월 25일 (서평)

  “고래 틈에 낀 ‘새우 콤플렉스’ 이제 그만 버려라”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서평)

중앙일보 2013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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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이 끝나던 1953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7달러, 소말리아 수준이었다.”

한국의 기적을 논할 때면 으레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한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수치이자 한국인들이 자랑스레 인용하는 팩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뽐내는 게 현명한가. 이는 큰 잘못이라고 고개를 가로젓는 푸른 눈의 외국인 학자가 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한국명 이만열ㆍ49ㆍ사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다. 그가 지적하는 잘못은 분명하다. 찬란한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무시다. “과거 한국이 소말리아와 비슷했다고 강조하면 문화 수준까지 같았을 거란 오해를 부른다”는 것이다. 이런 추정은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 전반을 깔봄으로써 한국인, 한국 제품을 믿지 못하는 신뢰성의 위기를 부른다는 것이다. 한국 제품, 한국 기업, 한국 경제가 대접 못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기원이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의 과거를 보고, 미래를 알아 주는 동아시아 전문가이자 글로벌한 인문학자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한·중·일 3개국 언어에 능통하다. 미 예일대에서 중국 문학을 전공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대에서 석사를 땄다.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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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탱크] 아시아인스티튜트 페스트라이쉬 소장 (Asia N)

 

[씽크탱크] 아시아인스티튜트 페스트라이쉬 소장

Asia N Magazine

201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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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treichimage

 

“환경파괴, 빈부격차, 전통단절 등 아시아 문제에 집중“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Emanuel Pastreich·49) 소장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시아에 끌렸다. 그래서 간 곳이 예일대 중문과였다. 대만국립대 교환학생으로 1년간 대만에 머물기도 했다. 학부 졸업 후 1991년 그의 발걸음이 닿은 곳은 일본. 동경대에서 비교문화학으로 석사를 취득했다. 박사학위는 하버드 대학원에서 ‘한일 중국통속소설 수용 과정 비교연구’로 받았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한국이다.

페스타라이쉬 소장은 “학부시절부터 동북아를 중심으로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될 거란 막연한 느낌이 있었다”면서 “오늘날 한류란 흐름 속엔 전 세계 사람들의 한국 탐험에 대한 욕구가 들어있다. 내가 중국과 일본 문화에 대한 탐구를 거쳐 최종적으로 한국에 닿을 내린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그는 한국인과 결혼해 장인으로부터 ‘이만열’이란 이름까지 받았다. 영어 못지않게 한국어도 유창하다.

-아시아인스티튜트 설립 배경은.
“주미 한국대사관 홍보원(KORUS House) 이사로 있으면서 ‘다이나믹 코리아’을 발간했다. 당시 ‘동아시아 정치 및 사업’에 관한 강연시리즈를 기획했는데 지금도 홍보원의 주요사업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일들을 하면서 연구소를 설립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 이후 충남 도지사 국제관계 보좌관으로 근무하며 우송대에서 교수를 할 때 아시아인스티튜트를 설립했다. 2007년 6월 일이다”

-연구소 비전이라면.
“아시아는 빠르게 경제와 지적인 면에서 세계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군비증강, 성장을 위한 잘못된 계획, 생태학적 저하, 환경부담, 기술의 무분별한 사용, 소비지상주의에서 오는 전통문화의 쇠퇴가 아시아의 거대한 잠재력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아시아인스티튜트는 이러한 아시아 문제에 집중해 시대를 고무시킬 수 있는 더 큰 아시아의 비전을 보여주고자 한다.”

-개인적 관심사는 무엇인가.
“한-중-일-미간 공동 연구 추진이다.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정무 및 공보 공사 자문관을 했고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 대사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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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숲’, 한류의 새로운 장르

‘미래숲’, 한류의 새로운 장르

전 주중 대사 권병현이 설립한 단체인 ‘미래숲’은 한류의 미래를 상징하는 단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미래숲’은 한국과 중국 학생들이 같이 협력하고 운영하는 친환경 단체로 중국 구부치 사막에 가서 사막화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것이 주요 활동이다. 한국과 중국 청소년, 그리고 올해부터 미국 학생도 참여한다. ‘미래숲’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봉사활동이고 서로 몰랐던 학생들이 만나서 계획도 세우고 공부도 하고 친구도 되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국제적 차원의 노력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미래숲’의 녹색봉사단을 직접 운영하고 있고, 내가 아는 유일한 한국 및 중국 학생의 심도 있는 대화 및 교류의 공간이다. 학생들은 내몽골에서 이른바 Great Green Wall(나무로 만든 사막 방지 장벽)을 세웠고 계속 확대하고 있다.

‘미래숲’ 사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연결시킨 고리는 황사다. 한국과 중국이 고민하는 황사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손을 잡고 협력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황사는 결국 한국과 중국 학생이 직접 사막에 가서 나무를 심도록 만들고, 더불어서 문화교류나 새로운 문제의식도 만들어냈다. 이처럼 한국인이나 중국인이 동시에 고민하는 황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는 활동은 한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실 청소년들은 거의 예외 없이 기후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말을 하지 않는 것뿐이다. 그런데 자기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무력감을 느낀다. ‘미래숲’은 바로 그런 생각을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것이 바로 한류의 미래다.

‘미래숲’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 가운데 조심열(趙心悅) 씨가 있다. 조심열 씨는 다롄 출신이고 지금은 서울대 한국어교육 석사과정에 있다. 조심열 씨는 ‘미래숲’ 활동을 열심히 하고 한국문화를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녀는 한국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국문화의 매력은 한 단어로 표현하면 물진기용(物盡其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모든 자원이나 문화요소를 저마다의 효용을 충분히 발휘하고 극대화시키는 것입니다.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무한한 가능성과 기적을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재료가 풍부한 전통음식부터 완벽함을 추구하는 한국인까지, 한국문화의 이러한 특징을 엿볼 수 있습니다. 화려하고 커다란 것보다 정교하고 아담한 것을 선호하는 문화는 물질만능주의가 주류를 차지하는 현대사회에서 찾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녀는 강남스타일의 성공에 대해 높이 평가하지만 한국문화라는 차원에서 색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강남스타일이 K-Pop의 대표로 세계에서 인기와 각광을 받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성(大衆性)과 오락성을 강조하는 현대문화에 맞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리듬,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춤과 노래가사, 웃긴 동영상 등은 강남스타일의 성공을 이끈 요소입니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을 비롯한 K-Pop의 모든 요소는 다 서양에서 수용해 온 것이며 한국 대중문화나 음악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반영하지 못한 문화 현상이라서 ‘한국문화’라는 라벨을 붙이기 어렵습니다.”

조심열 씨는 ‘미래숲’의 활동이 한류의 한 종류라고 본다.

“처음에 정부추천으로 ‘미래숲’ 방중행사 통역을 맡아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평생 처음으로 황량한 사막에 가서 사막화의 심각성과 파괴성을 직접 목격하고 환경보호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미래숲’은 나무뿐만 아니라 환경의식과 희망의 씨앗도 사람의 마음속에 심어주는 NGO입니다. 평안한 삶을 누리고 있어 환경문제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신세대에게 ‘지구 살리기’와 거안사위 (居安思危)의 중요성을 가르칩니다. 또한 환경보호는 단지 강대국이나 정부의 몫이 아니라 개인의 힘을 모아서 사막에도 오아시스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소녀들을 위한 롤 모델 창조가 시급하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2013년 8월 15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이만열)

한국의 소녀들을 위한 롤 모델 창조가 시급하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추대는 한국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이 공식 석상(席上)에서 망설임 없이 의견을 표명하고 매우 자신감 있게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의 당선은 한국 사회에 바람직한 발전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한국 여성들이 대학과 기업, 공직 등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권위를 상징하는 자리에 임명되지는 않더라도 실무자로서 큰 힘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조만간 리더로서도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나를 비롯해 많은 교수는 가장 뛰어난 학생들은 모두 여학생들이고 이들은 놀라운 추진력과 창조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한국 여성의 성과를 축하하는 것만이 나의 관심사는 아니다.

한국 부모들은 딸에 대해 아들과 동등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성들이 배운 대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나 업무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이 자력으로 사회 지도층이 되거나 큰 꿈을 실현하는 일은 각종 장애와 유리 천장을 극복하는 투쟁의 과정이다. 그 결과 결혼과 자기 생활의 균형을 이루기 어려운 현재의 여성 문제는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낳고 있다.

한국 여성에게는 더 큰 어려움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중요성은 지난 20여년간 극적으로 높아졌지만, 본받을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롤모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저 화려한 조명을 받는 가수나 연기자, 스포츠 선수 등에 치중된 느낌이다. 여성의 리더십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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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에너지 효율의 세계 리더 역할 맡아야” (뉴스위크)

뉴스위크

 

2013 8 5

 

한국이 에너지 효율의 세계 리더 역할 맡아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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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벤치마킹하기 좋은 위치에 자리잡아

한국인들은 언젠가 세계의 리더가 되는 날을 꿈꾼다. 자신들이 세계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세계의 부호·실력자들과 어울리는 날을 말이다.
하지만 사실상 한국은 이미 세계의 리더다. 개도국들이 수시로 벤치마킹을 하고 한국의 탁월한 인프라, 선진 연구시설, 뛰어난 지배구조를 배우려는 선진국도 갈수록 늘어난다.
한국이 개도국의 모델로 그렇게 인기를 모은 건 일면 한류와 한국의 주목할 만한 문화적 활력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요인이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자리잡은 나라로서 한국의 독특한 위상이다. 베를린이나 시카고의 인프라, 도시계획 또는 사업관행은 몽골이나 인도네시아에는 그렇게 유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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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변신: 엑스포 과학 공원

지방의 변신: 엑스포 과학 공원

 

대전을 국제적인 도시로 만드는 작업에는 엑스포 과학 공원을 파격적으로 변모시키는 작업도 포함돼 있다. 복잡하고, 무분별한 재개발 정책은 하루빨리 중단해야 한다. 엑스포 공원 내의 건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건물보다는 전체적인 환경이 중요하다. 몇 개의 건물을 환경 친화적으로 조성해 대자연과 융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1세기의 첨단기술의 상징은 대자연과의 융합으로 기술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엑스포 과학 공원 내에 조성해야 하는 몇 개의 건축물들은 2~3층의 작은 건물로 그 안에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 연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전은 카이스트나 대덕 테크노벨리 등 첨단 기술 인력은 넘쳐나지만 예술가나 투자가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즉, 대전이 국제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 예술, 투자의 3가지 요소가 서로 자극을 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예술과, 투자는 부족하다. 엑스포 공원과 같은 IT 첨단기술의 집적지에는 서로 자극하는 몇 가지가 필요하고, 그 중 하나가 예술이다. 특히 예술가들을 엑스포 과학 공원에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이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편하게 예술을 연구할 수 있는 장소로 조성한다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다.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엑스포 과학 공원을 조성한다면 자연스럽게 한국인 기술자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교할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대전에 갈만한 볼거리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엑스포 과학 공원을 명품으로 만든다면 한국 내에서도 특별한 장소로 거듭나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공원 내 건물이 상당히 복잡하다. 무분별한 건물들로 넘쳐나고, 개념 없는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대전은 기술력이 상당히 뛰어나지만 몇 개의 요소가 그것을 뒷받침해주지 못해 더 높은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엑스포 과학 공원의 활성화는 대전이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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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기회인가 아니면 또 다른 위기인가? 싸이에 보낸 편지 (이만열 2013년 7월)

한류: 기회인가 아니면 또 다른 위기인가?

이만열 2013년 7월24일

 

한국은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한류’라는 이름으로 큰 문화적 충격과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역할을 하는 선두적 주자로의 잠재력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 문화는 개발도상국이나 소수 민족에게서나 엿볼 수 있는 접근성의 용이뿐 아니라, 정서적인 진정성 면에서도 엄청난 힘을 가진 동시에 선진국의 면모를 가진 유일한 문화라고 간주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프리카와 미국인 사이에서 태권도, 일본 여성들에게 있어서 한국 드라마, 동남아시아에서의 K-pop 열풍은 위의 사실을 입증해 보이는 가장 쉬운 예라 볼 수 있다. 한국은 단순히 혁명이나 대립이 아닌 또 다른 현대 사회라는 문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류의 열풍 이면에는 엄청난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세계적인 잠재력과 그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는 “한류”, 그 한류의 본원지인 “한국”, 이 모두에게 한류라는 문화가 가져다줄 위기는 아주 위협적이라 본다. 한층 더 발전된 인간의 삶과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경제적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한류는 한줄기 희망이었다. 이는 단순히 전통적 가족의 가치관에서뿐만 아니라, 사회라는 단위의 삶에서도 밀착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한류는 최근 2년간 급속하게 상업화되었다.

내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라는 뮤직비디오를 보고 위와 같이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이 비디오를 본 다른 이들은 여성을 한 인격체가 아닌 물건으로 취급하고 성적 소비물로만 여기는 이 부분들에 대해 반론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타인이나 사회에 대한 우려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이를 이 시대에 도래한 심각한 문제라고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후속곡으로 발표된 “젠틀맨”의 뮤직비디오와 노래는 “강남스타일”보다 더 상황이 나빠졌다. 대표적인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소비문화를 화려하게만 보이도록 더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고, 다음 이유는 이 사회의 최상위 1%의 삶을 미화시키고 심지어는 찬송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소 장난스럽고 웃기게 보일 수 있는 편지를 싸이에게 써 보았다. 이 편지에 답장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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