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수학’이 다스리는 나라 대한민국”
2017년 6월 24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나는 우리 학생들이 미래를 걱정하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몹시 가슴 아프다. 나를 안타깝게 만드는 것은 단지 그들이 좋은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만은 아니다. 학생들은 일상의 표면 아래에 감춰진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끊임없이 솟구쳐 올라와 그들의 발목을 붙잡는다고 느낀다. 한국 사회는 그들 모두가 인간으로서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다.
한국인들이 하는 모든 일은 일단 숫자로 변환된다. 숫자로 순위를 매긴 다음에야 어떤 일의 가치가 인정받게 된다.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게 마치 위반하면 안 되는 법칙처럼 돼 버렸다. 한데 랭킹은 우리의 일상적 체험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어떤 객관적인 기준에 바탕을 둔 것이어야만 한다.
숫자가 다스리는 나라인 한국에서 사는 우리는 사람들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에 그들이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들이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우리의 문화와 조직에 어떻게 공헌하는지를 고려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수학적인 방정식을 동원해 사람의 가치를 결정한다. 예컨대 우리는 ‘몇 개의 IT 기기를 팔았는가’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 논문을 몇 편이나 썼는가’ ‘몇 대의 자동차를 점검했는가’와 같은 질문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