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7년 1월 25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반기문 전 총장께 접근한 사람이 많은 걸로 압니다. 당신이 보유한 차별화된 기술과 국제사회에서의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는 분명 좋은 자산이 되어줄 겁니다. 짙은 불확실성의 안개가 한국을 뒤덮은 이 순간에 당신이 나서야 한다고 요청하는 사람들이 당신 주변을 둘러싸고 있겠지만, 잠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역사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심사숙고하시길 부탁드립니다.
대선의 경우 이미 여러 사람이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모두 그 역할을 잘해낼 수 있는 분들이죠.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이 임무를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은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당신밖에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트럼프는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공공연히 반대하고, 유엔을 분열로 몰고 갔던 존 볼턴에게 외교정책 자문을 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엑손 전임 최고경영자(CEO)인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습니다.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대응책을 지지하지 않고,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모든 활동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핵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지정학적 위기의 심각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제2의 냉전 혹은 열전이 발생할 경우, 동북아시아 중심에 있고, 미•중 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은 첫 희생자가 될 것입니다. 한국은 당신을 필요로 합니다. 반 전 총장님이 갖춘 뛰어난 네트워크를 활용해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계획을 차단하고, 기후변화를 우선순위로 해결하고, 위기를 극복할 대타협을 이루고, 구속력 있는 미래 비전을 이끌어낼 독창적이고 강력한 이니셔티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은 전 세계 다양한 주체를 하나로 모아서 이 노력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고, 이를 잘해낼 사람은 바로 반 전 총장님,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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