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Joseph Nye and Emanuel Pastreich
Segye Ilbo Newspaper (in Korean)
2006.12.31 (일)
세계일보
“北核… 中 급부상… 국제사회 태풍의 눈으로”
해외석학 동북아정세 진단
조지프 나이 교수
프린스턴대 졸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 △하버드대 정치학박사 △미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 △국가정보위(NIC) 위원장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 △하버드대 석좌교수 △저서 ‘소프트 파워’ 등 다수
이매뉴얼 페스트라이시 교수
예일대 졸 △일본 도쿄대 석사 △서울대, 대만국립대 수학 △하버드대 문학박사 △하버드대, 버클리대, 일리노이대 교수 △조지워싱턴대 역사학과 교수 △저서 ‘중국 문학이 한국과 일본에 미친 영향’ 등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올해 국제사회에서 태풍의 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핵 문제와 예측 불가능한 북한의 장래, 이라크 사태 여파에 따른 미국의 위상 추락,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일본의 영향력 확대 등으로 이 지역의 향배가 국제사회의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표적인 석학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와 동아시아 전문가인 이매뉴얼 페스트라이시 조지워싱턴대 역사학과 교수의 대담을 통해 올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정세를 진단해 본다.
페스트라이시 교수
미국이 북한 문제를 다루면서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 예로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북한과 적극적으로 협상하지 않았고, 세계의 핵무기 감축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관성의 부재로 우리가 중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게 아닐까요. 우리의 정책이 합당해야 될 텐데 말이지요.
나이 교수
우리가 모두 인식하고 있는 일이지만 비확산 체제 자체에도 일관성이 없는 측면이 내포돼 있다고 봅니다. 1968년 이전에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은 그 같은 무기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도나 파키스탄과 같은 나라들은 NPT에 가입한 적이 없으면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조약에 서명했지만 나중에 위반을 했지요. 그렇게 됨으로써 북한은 특수한 범주에 들어 있는 셈입니다.
현 단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6자회담을 활용하는 것이고, 당근과 채찍을 조합해서 북한을 설득해 핵 실험과 플루토늄 생산을 동결토록 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북한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가 다시 한반도 비핵화 비전으로 되돌아갈 기회는 남아 있다고 봅니다.
페스트라이시 교수
물론 북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동아시아에서의 미국 방위전략과 연계돼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작은 변화가 매우 중대한 전환을 모색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그런 경우에 해당될 것입니다. 이 문제는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 논의 과정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지 않습니까. 저는 21세기에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 이슈에 관한 논의가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나이 교수
일반적으로 말해서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안보 공약을 유지해야 하고, 한국을 비롯한 이 지역 미군 주둔 국가들이 원하는 한 미군을 상주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우리가 한발 물러나 이 지역의 균형자로서 장기적인 고려를 한다면 한국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희망하고, 미국이 그 같은 중대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합당한 것입니다. 한국은 정치•경제적으로 거대 국가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있지 않습니까.
페스트라이시 교수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인적, 사회적, 문화적 교류가 갈수록 활발해지는데도 정치적인 차원에서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간에 많은 학생들이 교류하고 있지만 언론과 기존 사회 체제의 일원들에게서는 깊은 적대감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이런 모순의 원인은 무엇이며,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이 교수
다행스럽게도 시장의 원리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상당한 정도의 경제 통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정치적으로 서로를 의심하고, 이것이 민족주의와 국내 정치 갈등을 촉발하는 그런 유산이 남아 있는데도 말이지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일본 간 무역과 투자가 줄지 않았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페스트라이시 박사가 지적한 그 같은 모순된 행동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중국과 한국을 최초의 방문국으로 선정해 새로운 관계 발전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는 그렇게 두드러진 게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페스트라이시 교수
저로서도 진정한 관계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동아시아에 유럽연합(EU)과 같은 체제가 출범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비록 많은 장애가 있겠지만 이 지역을 통틀어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동아시아의 개방 체제가 바람직하고, 실현 가능하다고 봅니까. 그 같은 가능성은 논의할 가치가 있습니까, 아니면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까.
나이 교수
동아시아에 EU와 유사한 기구가 만들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럽은 50여년 전부터 지역통합을 시작했습니다. 반면 동아시아는 냉전으로 갈라져 있었고, 1930년대부터 시작된 상호 불신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통합을 위한 토대가 아직까지 동아시아에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볼 때 보다 유용한 구상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모델로 한 ‘동북아안보대화(East Asian Security Dialogue)’를 만드는 것입니다. 6자회담의 경험을 통해 대화와 신뢰 구축의 노력을 축적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발전시켜 상호 관심사에 관한 중요한 이슈를 논의하는 대화 체제를 가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페스트라이시 교수
동아시아에서의 한일 갈등이라는 구체적인 사례에 초점을 맞춰 보지요. 어느 한편으로는 교류가 보다 조직적이고 순조로워 일상적인 두 나라 간 접촉이 증가하고 통합돼 가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적으로뿐 아니라 문화•사회적으로도 그렇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깊은 적대감이 표출되고 ‘일본은 위협’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의 한일 관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나이 교수
우리는 한국과 일본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 역사에 얽힌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왔다는 사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같은 문제들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어요. 이와 동시에 한일 양국 간 경제•사회적인 관계가 발전돼 가는 분명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혹자는 일본에서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성장하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일본의 소프트 파워가 커지면 그 같은 과거사 갈등을 누그러뜨리는 변화를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페스트라이시 교수
동아시아 지역이 향후 10∼20년 사이에 어떻게 안정을 찾아가고, 예측가능하게 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합니까.
나이 교수
동북아 지역은 예측이 불가능한 북한과 강대국 중국의 급부상으로 여전히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잠재적 요소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북아 지역은 중동에 비하면 덜 위험하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중동에서는 비국가단체들이 다양한 국가들과 긴밀한 상호 연대를 맺으면서 여러 유형의 적대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복잡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마찰이 훨씬 더 우려스러운 것입니다.
페스트라이시 교수
테러와 비국가단체, 환경 파괴, 에너지 안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비롯한 질병 문제 등 수많은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핵무기 위협에만 초점을 맞춘 6자회담 이외에 다른 이슈를 정례적으로 논의할 대화 창구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나이 교수
제가 보기에 핵 확산 문제는 향후 15년 사이에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3∼4대 위협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핵 확산 문제와 함께 핵 테러, 중동 산유국의 위기 가능성, 지구 기후변화 영향, 에이즈와 같은 질병 등이 핵심 위협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같은 모든 문제에 지금 대처해야 하고, 이들 중 어느 한 가지도 무시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정리=국기연 워싱턴특파원
kuk@segye.com 국기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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