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서울을 싱크탱크의 메카로 만들자”
2015년 4월 4일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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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싱크탱크(think tank)는 정책 토론의 핵심 공간으로 부상했다. 전문가, 정부와 민간 부문의 대표, 시민이 사회·경제 현안을 토론하는 무대가 싱크탱크다. 워싱턴에 있는 브루킹스·헤리티지 재단은 정책 토론의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최근 서울에서도 아산정책연구원, 동아시아연구원, 외국인이 설립한 싱크탱크 등 크고 작은 싱크탱크들이 부각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개발도상국이 한국의 인프라, 제조업 노하우, 전자정부 등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서울의 싱크탱크 클러스터가 거버넌스 혁신의 센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한국의 세계적인 비즈니스·교육 역할을 고려하면 확실하다. 그럼에도 그러한 비전을 실현하려면 몇 가지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첫째, 젊은이를 포용해야 한다. 싱크탱크 행사에 가보면 40세 이하 참가자가 없다. 발표자는 많은 경우 60~70대다. 행사에서 볼 수 있는 젊은이는 인턴이다. 토론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의 니즈(needs)를 간과하는 것은 심각한 잘못이다.
또한 한국의 싱크탱크는 국제적·세계적이어야 한다. 영어로 세미나를 진행한다고 글로벌화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에는 외국인, 여성, ‘다문화 코리아’의 대표들이 포함돼야 한다. 해외 싱크탱크처럼 외국인을 선임연구원으로 채용해야 한다. 베트남·몽골 사람을 부모로 둔 연구원을 채용한 한국의 싱크탱크가 내가 알기로는 아직 없다.
차세대 싱크탱크는 기후변화 같은 핵심 과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 그리고 두려운 생각이 들 정도로 정직한 발언이 오가야 한다. 기술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역할도 중요한 토픽이다. 우리가 잘 인지하고 있지 못하지만 기술은 사회를 분화시키고 있다. 사회 문제에 집중할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싱크탱크의 역할은 보통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심각한 문제들에 우리가 주목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치 의식을 거행하는 것처럼 진부한 이야기를 청중에게 늘어놓는 것은 싱크탱크를 실패로 이끈다.
또한 한국의 싱크탱크는 여러 언어를 포괄해야 한다. 영어 외에 중국어·일본어·아랍어 보고서도 가끔 발행할 필요가 있다. 미래에는 인도네시아어·베트남어 문헌도 발간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야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싱크탱크 보고서와 정책 제안을 효과적으로 채택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서울이 세계 싱크탱크의 중심이 되려면 혁신 능력이 핵심이다. 모방에는 한계가 있다. 국내외 연구와 토론을 통합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기후변화나 ‘사이버 공간의 미래’ 같은 지극히 복합적인 문제들에 대해 세계 각국의 새로운 정책을 조율하고 거대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역할을 분담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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